"AI 속도조절은 담합"…앤트로픽·오픈AI 등 4개사, 미국서 집단소송 피소

반응형

 

 

 

요즘 AI 업계에서 꽤 흥미로운 소송 소식이 하나 들려왔습니다.

바로 "AI 개발 속도를 늦추자"는 빅테크 수장들의 합의가 사실은 소비자를 상대로 한 '담합'이라는 주장인데요.

 

그럼 이 소송이 왜 나왔는지, 발단이 된 '속도조절론'은 무엇인지 차근차근 정리해보겠습니다.

 

 

발단은 아모데이의 에세이 한 편

 

이야기는 지난 9월 12일(현지시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블로그에 'We Must Pace the Frontier'라는 3800단어 분량의 글을 올렸습니다.

핵심 주장은 간단합니다. "AI 모델의 성능 개선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것이죠.

 

아모데이 CEO는 올여름 들어 AI가 스스로 다음 세대 AI 개발을 돕는 '재귀적 자기개선(RSI)' 단계에 진입하면서 발전 속도가 통제 역량을 앞지르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지난 7월 발생한 오픈AI AI 에이전트의 허깅페이스 해킹 사건도 우려의 근거로 들었고요.

 

그가 내놓은 해법은 3단계였습니다.

 

1) 상주 평가단 도입 — 내부 직원 수준의 접근 권한을 가진 외부 평가기관(METR 등)을 상시 배치해 안전성을 검증받는 체계. 앤트로픽은 이를 즉시 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 업계 공동 안전기준 마련 — 민주주의 국가 내 프론티어 AI 기업들이 함께 안전 기준과 개발 속도 상한선을 설정하자는 제안입니다.

3) 글로벌 조율 — 권위주의 국가를 포함한 국제적 차원의 통제 체계까지 논의하자는 구상입니다.

 

그런데 이 제안에 대한 업계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평소 앙숙으로 유명한 경쟁사 수장들이 일제히 동조하고 나선 겁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프런티어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며 독립 평가기관 도입에 동참하겠다고 밝혔고,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xAI CEO도 "다리오가 옳다"고 짧게 화답했습니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역시 방향이 옳다며 힘을 보탰습니다.

 

 

그 '동의'가 사실은 담합 아니냐

 

바로 이 대목에서 소송이 시작됩니다.

지난 9월 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연방북부지법에 흥미로운 집단소송이 접수됐습니다.

플로리다주 변호사 찰스 뷔스트를 포함한 대표 원고 4명이 앤트로픽, 오픈AI, 스페이스X(xAI),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원고 측 주장의 핵심은 이렇습니다.

아모데이 CEO의 속도조절 제안과, 여기에 동조한 올트먼·머스크·허사비스의 합의가 연방 반독점법(셔먼법 제1조)을 위반한 '담합 행위'라는 겁니다.

 

소장에는 이런 문구가 담겼습니다.

 

"각 기업은 개별적으로 안전 기준을 세우고 개발 속도를 조절할 자유와 의무가 있다. 하지만 이를 경쟁사 간 합의를 통한 집단적 구속으로 대체하는 것은 반독점법에 의해 금지된 것이다."

 

즉, 개별 기업이 알아서 안전 기준을 정하는 것과 경쟁사들끼리 손을 잡고 '다 같이 천천히 가자'고 합의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논리입니다.

 

원고들은 이런 담합으로 클로드, 챗GPT, 그록(Grok), 제미나이 등 유료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같은 구독료를 내면서도 제품 개선 속도가 예전보다 더뎌졌다는 것이죠.

이들은 법원에 이 속도조절 합의가 담합에 해당한다는 점을 확인해주고, 그에 따른 손해배상을 명령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소송의 진짜 목적은 "규제 vs 사적 합의"

 

다만 흥미로운 점은, 이번 소송이 "AI 기업들아, 속도 조절 없이 무조건 빨리 개발해라"라고 촉구하는 취지는 아니라는 겁니다.

오히려 원고 측 논리는 이렇습니다. AI 안전 문제를 기업들의 '사적 합의'에 맡길 게 아니라, 실제 구속력 있는 법률과 제도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죠.

 

실제로 대표 원고로 참여한 샤이엔 헌트 변호사는 빅테크 책임성 강화와 독점 규제를 강하게 주장해온 진보 성향 시민단체 '퍼블릭 시티즌' 출신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원고 측 닉 로울리 변호사도 언론 인터뷰에서 "기업들의 사적 합의로 AI 관련 결정이 내려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안전이냐, 속도냐…엇갈리는 시선들

 

한편 아모데이 CEO의 속도조절론을 둘러싸고 정치권 반응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업계가 과민 반응한다는 입장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AI 분야에서 중국을 앞서고 있고 그 지위를 지켜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고, 존슨 의장도 섣부른 규제가 오히려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신중론을 폈습니다.

 

아모데이 CEO 본인도 가장 큰 변수로 '중국'을 꼽았습니다. 미국 기업들이 속도를 늦춰도 중국이 따라오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다는 고민이죠.

 

 

앞으로 지켜볼 점

 

이번 소송이 실제로 법원에서 담합으로 인정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안전을 위한 업계의 자발적 공조를 반독점법 위반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정당한 개별 기업의 판단이 우연히 겹친 것으로 볼 것인지는 앞으로 법정에서 다퉈질 문제입니다.

 

다만 이번 사건은 AI 안전을 둘러싼 논의가 "기업들이 알아서 잘하자"는 자율 규제 수준을 넘어, 법적·제도적 틀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앞으로 이 소송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그리고 AI 안전 논의가 규제 입법으로까지 이어질지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AI속도조절 #앤트로픽 #오픈AI #구글 #스페이스XAI #다리오아모데이 #담합소송 #반독점법 #AI안전 #AI규제

 

 

반응형
TAGS.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