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그 노벨상, 과학의 유쾌한 반전

 

 

이그 노벨상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이그 노벨상(Ig Nobel Prize)은 과학계에서 가장 유쾌하고 독특한 상으로 꼽힙니다. 이 상은 1991년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유머과학잡지 ‘애널스 오브 임프로버블 리서치(Annals of Improbable Research, AIR)’가 제정하여 지금까지 매년 수여되고 있습니다. 이름은 ‘고상한’을 뜻하는 ‘노블(noble)’의 반대말인 ‘이그노블(ignoble, 불명예스러운)’과 ‘노벨(Nobel)’을 합성한 것으로, 노벨상을 패러디한 명칭입니다.

 

그럼 이그 노벨상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이그 노벨상

 

1) 이그 노벨상의 목적

이그 노벨상은 ‘웃어라, 그리고 생각하라(Laugh, then Think)’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겉보기에는 황당하거나 엉뚱해 보이지만, 내면에 깊은 메시지나 창의적인 사고가 담긴 연구에 수여합니다. 과학에 대한 대중의 흥미를 유발하고, 일상에서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과학적 사고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입니다. 실제로 네이처(Nature) 같은 세계적 학술지는 이그 노벨상을 ‘과학계 행사의 하이라이트’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2) 시상 부문과 특징

이그 노벨상은 노벨상의 주요 부문(물리학, 화학, 의학, 문학, 평화, 경제학)에 더해 생물학, 공학, 미술사 등 다양한 분야를 추가해 매년 시상합니다. 시상 부문은 유동적이며, 때로는 사회적 풍자를 위해 새로운 부문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시상식은 매년 가을, 진짜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기 1~2주 전에 하버드대학교의 샌더스 극장에서 진행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실제 노벨상 수상자들이 상당수 시상식에 참여해 논문 심사와 시상을 맡는다는 것입니다. 시상식은 유쾌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되며, 수상자들에게는 별도의 상금은 없습니다. 하지만 수상자들은 자비를 들여 시상식에 참여하며, 그 자체를 큰 영예로 여깁니다.

 

3) 대표적인 수상 연구

이그 노벨상의 수상 연구들은 과학적 엄밀함과 유머가 공존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몇 가지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 생리의학상: 포유류가 항문으로도 숨을 쉴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힌 연구(2024년, 일본 도쿄대 연구팀).

- 물리학상: 자석으로 개구리를 공중에 띄운 연구(2000년, 영국 맨체스터대 안드레 가임 교수).

- 공중보건상: 스마트 변기를 발명해 배설물을 통해 건강 상태를 분석하는 연구(한국계 미국 스탠퍼드대 박승민 박사).

- 공학상: 손잡이를 돌리는 데 가장 효율적인 손가락 개수 연구(일본 지바공대).

- 문학상: 법률 문서가 왜 어려운지 분석한 연구(미국 MIT).

 

이처럼 수상 연구들은 일상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기발한 주제를 다루며, 과학적 호기심과 창의성을 자극합니다.

 

6) 이그 노벨상의 의미와 영향력

이그 노벨상은 단순히 웃음을 유발하는 상이 아니라, 과학 연구의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기리는 상입니다. 처음에는 웃음이 터지지만, 점차 연구의 의미와 메시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또한, 과학에 대한 대중의 접근성을 높이고, 과학이 모두에게 열려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줍니다.

 

실제로 이그 노벨상을 받은 연구 중에는 사회적 문제를 풍자하거나, 과학적 가치가 높은 연구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코뿔소의 심장과 폐가 거꾸로 된 비행에도 제대로 기능하는지 연구한 사례는 멸종위기종 보호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또한, 스마트 변기 연구는 건강 상태 분석과 전염병 감염 추적이라는 실질적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7) 시상식의 분위기와 전통

이그 노벨상 시상식은 유쾌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로 유명합니다. 시상식 포스터에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이는 고정관념을 깨는 발상과 창의성을 상징합니다. 수상자들은 각자의 연구를 자유롭게 소개하고, 실제 노벨상 수상자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이그 노벨상은 이미 30년이 넘는 전통과 권위를 갖추고 있으며, 과학계와 대중 모두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시상식에 참석하는 과학자들은 상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과학적 창의성과 유머를 인정받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합니다.

 

8) 한국과 이그 노벨상

최근에는 한국계 과학자도 이그 노벨상을 수상하며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스탠퍼드대 의대의 박승민 박사는 ‘스마트 변기’ 연구로 공중보건 부문상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이그 노벨상은 국적과 분야를 불문하고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를 하는 과학자들에게 열려 있습니다.

 

 

2. 이그 노벨상 시상식

 

이그 노벨상 시상식은 매년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샌더스 극장(Sanders Theatre)에서 열립니다. 이곳은 1,0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고풍스러운 공연장으로, 이그 노벨상만의 유쾌하고 독특한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장소입니다.

 

1) 관객 참여와 유쾌한 분위기

시상식은 전통적으로 관객들이 종이비행기를 무대에 던지는 퍼포먼스로 시작합니다. 이 장면은 이그 노벨상만의 자유롭고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상징합니다.

관객들은 과학자들의 기발한 연구 발표에 박수와 웃음으로 화답하며, 시상식 내내 축제 같은 분위기가 이어집니다.

 

2) 노벨상 수상자들의 직접 시상

실제 노벨상 수상자들이 무대 앞에 앉아 직접 이그 노벨상 수상자들에게 상을 수여합니다. 이들은 시상식의 권위와 재미를 동시에 더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3) 기발한 퍼포먼스와 미니 오페라

시상식 중에는 과학을 주제로 한 미니 오페라, 타자기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집니다. 수상자들은 60초 이내에 수상 소감을 말해야 하며, 시간이 초과되면 어린이가 무대에 올라와 “지루해요, 그만하세요!”라고 외치는 전통도 있습니다.

 

4) 무대와 객석의 활기찬 상호작용

무대와 객석이 하나가 되어, 과학의 경계와 고정관념을 깨는 다양한 퍼포먼스가 이어집니다. 수상자와 관객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이그 노벨상만의 독특한 현장입니다.

 

 

3. 2024년 이그 노벨상 주요 수상작

 

2024년(제34회) 이그 노벨상 수상 연구들은 전통적으로 유쾌하면서도 과학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제들이 선정되었습니다. 2024년 수상작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생리학상

일본·미국 공동 연구팀이 포유류(생쥐, 돼지 등)가 항문을 통해 산소를 흡수해 호흡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 연구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인공호흡기 부족 문제에서 착안해, 미꾸라지 등 일부 동물이 장을 통해 호흡하는 점을 응용한 실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직장(항문)을 통해 산소를 주입하면 혈류로 산소가 흡수된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 평화상

2차 세계대전 중 미국 심리학자 B.F. 스키너가 살아있는 비둘기를 미사일 내부에 넣어 목표물까지 안내하도록 훈련시킨 ‘비둘기 유도 미사일’ 프로젝트가 선정되었습니다. 이 실험은 실제로 일부 성공했으나 1944년 중단되었습니다.

 

- 식물학상

독일 본대학 연구팀은 남미 온대림 고유종 식물인 ‘보킬라(Boquila)’가 플라스틱 조형 식물과 함께 있을 때, 실제로 그 형태를 모방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즉, 일부 식물은 주변의 인공 식물까지 따라하는 현상을 보였습니다.

 

- 화학상

네덜란드·프랑스 연구팀은 혼합물 분리 실험기법인 크로마토그래피를 이용해, 술에 취한 지렁이와 그렇지 않은 지렁이를 구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 인구통계학상

영국 연구팀은 출생증명서가 없거나, 출생·사망 통계가 잘 관리되지 않는 지역에서 장수하는 사람이 많이 나온다는 점을 밝혀냈습니다. 이는 통계의 허구와 맹점을 기발하게 풍자한 연구입니다.

 

- 통계학상

네덜란드 연구팀은 동전을 35만757번 던지는 실험을 통해, 동전 던지기가 실제로는 50:50 확률이 아니라 같은 면이 더 자주 나올 수 있음을 밝혀냈습니다.

 

- 생물학상

미국 연구팀은 소가 겁을 먹으면 우유 생산량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확인했습니다.

 

- 물리학상

미국 제임스 리아오 박사팀은 죽은 송어도 살아있는 송어만큼 헤엄칠 수 있다는 사실을 연구해 발표했습니다.

 

- 의학상

국제 연구팀은 고통스러운 부작용이 있는 위약(플라시보)이 부작용이 없는 위약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습니다.

 

- 해부학상

프랑스·칠레 연구팀은 남반구와 북반구 사람들의 머리카락 컬 방향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남반구 사람들 중에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머리카락이 꼬이는 경우가 더 많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이처럼 2024년 이그 노벨상은 평범한 과학적 상상력을 뛰어넘는, 기발하고 유쾌한 연구들을 선정해 과학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각 연구는 처음엔 웃음을 자아내지만, 그 안에 담긴 과학적 의미와 사회적 메시지가 대중의 생각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이그 노벨상만의 독특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4. 국내 연구자들의 이그 노벨상 수상 자

 

우리나라 연구자들도 이그 노벨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알려진 한국인 또는 한국 관련 수상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1999년 환경보호상 – 권혁호 (FnC코오롱)

권혁호 씨는 ‘향기 나는 정장’을 개발하여 환경보호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정장은 향이 들어 있는 미립자 캡슐을 옷감에 넣어 움직일 때마다 향기가 나도록 한 것으로, 아로마 테라피를 신사복에 응용해 땀 냄새와 불쾌한 체취를 막아 환경 개선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2) 2000년 경제학상 – 문선명 (통일교)

통일교의 문선명 교주는 대규모 합동결혼을 성사시킨 공로로 경제학상을 받았습니다. 이는 결혼의 경제적, 사회적 효과를 기발하게 해석한 사례로 선정되었습니다.

 

3) 2023년 공중보건상 – 박승민 (스탠퍼드 의대)

박승민 박사는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에서 스마트 변기를 개발해 공중보건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스마트 변기는 카메라와 센서로 대소변의 색깔, 양, 형태 등을 분석해 건강 상태나 질병 감염 여부를 자동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항문 모양(anal-print) 센서로 신원 확인이 가능해 여러 사람이 사용할 때도 장기적인 건강 관리가 가능합니다. 이 연구는 기존 위생 개념을 건강관리로 확장한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 연구자와 기업, 그리고 한국계 과학자들은 이그 노벨상에서 창의적이고 기발한 연구로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바 있습니다. 최근에는 박승민 박사의 스마트 변기 연구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한국 과학계의 창의성과 실용성을 다시 한 번 알렸습니다.

 

 

5. 이그 노벨상을 받은 연구자가 실제 노벨상을 받은 사례

 

이그 노벨상을 받은 연구자가 실제로 노벨상도 수상한 사례는 한 번 있습니다.

바로 러시아 출신의 물리학자 안드레 가임(Andre Geim) 교수입니다.

 

- 2000년 이그 노벨상(물리학상)

안드레 가임 교수는 영국 맨체스터대학의 마이클 베리(Michael Berry) 교수와 함께 ‘자석을 이용해 개구리를 공중에 띄운 실험’으로 이그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실험은 강한 자기장(자석)을 이용해 개구리처럼 물이 많은 생명체를 공중에 띄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며, 자기부상(Magnetic Levitation)의 원리를 유쾌하게 증명한 연구였습니다.

 

- 2010년 노벨상(물리학상)

10년 뒤인 2010년, 가임 교수는 안드레이 노보셀로프(Andrey Novoselov) 교수와 함께 ‘그래핀(Graphene)’이라는 2차원 탄소 소재를 발견·연구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래핀은 강철보다 강하고, 투명하며, 전기전도성이 뛰어난 혁신적 신소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안드레 가임 교수는 “이그 노벨상과 노벨상 모두를 동등하게 소중히 여긴다”고 밝히며, 이그 노벨상 수상이 오히려 창의적인 연구정신과 유머 감각을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실제로 이그 노벨상에서 다룬 자기부상 연구는 이후 중국의 달 중력 연구시설 등 실제 과학기술 개발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6. 가장 기발하고 황당하다고 평가받는 대표적 수상 연구

 

이그 노벨상은 매년 “웃기고 기상천외하다”는 평가를 받는 연구들이 대거 수상합니다. 그중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던, 가장 기발하고 황당하다고 평가받는 대표적 수상 연구들을 소개합니다.

 

1) 염소처럼 살기(2016년 생물학상)

영국의 토마스 스웨이츠(Thomas Thwaites)는 실제로 염소가 되기 위해 특수 제작한 의족을 착용하고 알프스 산맥에서 염소 무리와 함께 생활했습니다. 인간이 동물처럼 살 수 있는지, 동물의 시각과 감각을 경험할 수 있는지 실험한 이 연구는 “인간과 동물의 경계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의 동료 찰스 포스터(Charles Foster)는 오소리, 사슴, 여우 등 다양한 야생동물의 삶을 직접 체험하기도 했습니다.

 

2) 자기부상 개구리(2000년 물리학상)

안드레 가임(Andre Geim)과 마이클 베리(Michael Berry)는 강력한 자기장(Levitron)을 이용해 살아있는 개구리를 공중에 띄우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실험은 개구리뿐만 아니라 생선, 쥐, 채소 등 다양한 대상을 공중에 띄워 “생물도 자기부상 원리로 뜰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으며, 기상천외한 발상과 실험 방식으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3) 곤충 침에 직접 찔려보기(2015년 생리학·곤충학상)

저스틴 슈미트(Justin Schmidt)는 83종의 곤충에게 직접 찔려보고, 통증의 정도를 1~4단계로 분류한 ‘슈미트 침 통증 지수(Schmidt Sting Pain Index)’를 만들었습니다. 또 다른 수상자인 마이클 L. 스미스(Michael L. Smith)는 꿀벌에게 신체 여러 부위를 28번이나 쏘이면서 가장 아픈 부위를 찾았는데, 그 결과 “콧구멍, 윗입술, 음경”이 가장 아프다고 밝혀졌습니다. 연구의 황당함과 용기(?)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4) 탱크로 불법 주차 차량 밀어버리기(2011년 평화상)

리투아니아 빌뉴스 시장 아르투라스 주오카스(Arturas Zuokas)는 불법 주차된 고급 승용차를 실제로 탱크로 깔아뭉개는 퍼포먼스를 벌였습니다. “불법 주차를 근절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황당한 해결책이지만, 이 퍼포먼스는 도시의 교통문제에 대한 유쾌한 풍자로 평가받았습니다.

 

5) 브래지어형 가스마스크(2009년 공중보건상)

우크라이나 출신 의사 엘레나 보드나르(Elena Bodnar)는 평소에는 브래지어로 사용하다가, 위급 상황에서는 양쪽 컵을 떼어 2개의 가스마스크로 변환할 수 있는 ‘에머전시 브라’를 개발해 수상했습니다. “하나는 본인을, 하나는 옆사람을 구하라”는 설명과 함께, 체르노빌 원전 사고 경험에서 착안한 실용적이면서도 기발한 아이디어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6) 자기화된 죽은 바퀴벌레와 살아있는 바퀴벌레의 행동 차이(2019년 물리학상)

죽은 바퀴벌레와 살아있는 바퀴벌레에 자석을 붙여 행동을 비교한 연구로, “죽은 바퀴벌레는 자기장에 더 잘 반응한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엉뚱하지만 미세 자기장 연구에 실제로 응용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7) 버터 바른 토스트는 왜 항상 버터 쪽이 바닥에 떨어지는가(1996년 물리학상)

로버트 매튜스(Robert Matthews)는 “토스트를 떨어뜨리면 왜 항상 버터 바른 쪽이 아래로 떨어지는가?”라는 일상적 궁금증을 과학적으로 분석했습니다. 무심코 지나치는 현상을 물리학적으로 파헤친 점이 이그 노벨상다운 유쾌함으로 평가받았습니다.

 

8) 자기 손으로 대장내시경(2018년 의학 교육상)

일본의 호리우치 아키라(Akira Horiuchi)는 ‘앉은 자세에서 스스로 대장내시경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 직접 시연까지 했습니다. 유쾌하면서도 실제 의료 현장에 적용 가능한 연구로 주목받았습니다.

 

9) 좀비 거미 로봇(2023년 기계공학상)

죽은 거미의 다리를 공압으로 움직여 집게로 사용하는 ‘네크로보틱스’ 연구도 수상작 중 하나입니다. 죽은 생물체를 로봇 부품으로 활용하는 기상천외함이 돋보였습니다.

 

10) 회사 내 스트레스 해소용 부두 인형(2017년 경제학상)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직원들에게 상사의 이니셜이 적힌 부두 인형을 나눠주고, 핀이나 집게, 불로 괴롭히게 한 뒤 스트레스 감소 효과를 측정한 연구입니다. 실제로 직원들의 부정적 감정이 줄었다는 결과가 나왔고, “직장 스트레스 해소법”이라는 기상천외한 접근으로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이외에도 “피자를 먹으면 이탈리아에서는 수명이 늘어난다”, “사람의 머리카락 소용돌이 방향이 남반구와 북반구에서 다르다”, “동전 35만 번 던져서 진짜 50:50이 나오는지 실험” 등, 상상력을 뛰어넘는 연구들이 매년 수상하고 있습니다.

 

이그 노벨상은 황당함 속에서도 과학적 호기심과 창의성, 그리고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농담을 넘어 과학의 본질을 유쾌하게 조명하는 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7. 결론: 이그 노벨상이 우리에게 주는 진짜 의미

 

이그 노벨상은 단순히 “웃기고 기상천외하다”는 평가에 그치지 않습니다. 과학의 진지함과 유머, 창의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독특한 상으로, 겉보기에는 황당하거나 엉뚱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과학적 호기심, 도전정신, 그리고 사회적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이그 노벨상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1) 과학의 대중화: 과학이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일상에서 호기심을 갖고 접근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웃음”이라는 가장 인간적인 감정을 통해 과학의 문턱을 낮추고, 대중의 관심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냅니다.

 

2) 창의성과 다양성의 존중: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기발한 발상, 남들이 시도하지 않는 엉뚱한 질문이 때로는 세상을 바꾸는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증명합니다. 실제로 이그 노벨상 수상자 중에는 노벨상까지 수상한 사례도 있습니다.

 

3) 실패와 도전의 가치: “다시는 할 수도 없고, 해서는 안 되는 업적”이라는 유머러스한 평가 속에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과학자의 태도에 대한 존중이 담겨 있습니다. 엉뚱한 시도와 실패가 쌓여야 진짜 혁신이 탄생한다는 메시지입니다.

 

4) 사회적 메시지와 풍자: 때로는 사회의 문제, 통계의 허구, 인간 행동의 아이러니를 유쾌하게 풍자하며, 과학이 사회와 소통하는 창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그 노벨상은 30년이 넘는 전통과 권위를 갖추었으며, 과학계와 대중 모두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상금도 없고, 때로는 “쓸데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그 안에는 과학의 본질적 가치와 인간의 상상력,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담겨 있습니다.

 

결국 이그 노벨상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과학은 진지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유쾌한 상상력과 엉뚱한 질문, 그리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이야말로 과학을 진짜로 움직이는 힘이다.”

 

이그 노벨상 수상작을 통해 우리는 과학의 경계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웃음과 영감을 얻을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과학이란, 결국 우리 모두의 삶과 연결되어 있으며, 그 속에서 발견되는 작은 호기심과 유쾌한 상상력이 세상을 더 풍요롭고 재미있게 만든다는 사실을 이그 노벨상은 매년 증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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