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움직이는 수학 이야기 - 수식이 두렵지 않게 되는 책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을 처음 손에 들었을 때 기대감 반, 의심 반이었습니다.
"AI의 수학을 쉽게 알려준다"는 류의 책들이 시중에 넘쳐나는데,
대부분은 정작 진짜 수학은 슬쩍 피해가거나,
반대로 처음부터 수식 폭탄으로 독자를 압도해버리는 경우가 많았으니까요.
그런데 이 책은... 조금 달랐습니다.
먼저, 저자가 독특합니다
저자 후루시마 도오루는 수학자도, 컴퓨터 공학자도 아닙니다.
교토대학 법학부 출신으로, 컨설팅 회사에서 데이터·AI 전략 프로젝트를 이끌다 IT 사업회사 임원을 거쳐 직접 회사(cross-X)를 창업한 사람입니다.
"법학부 출신이 쓴 AI 수학책?"이라고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이게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이 됩니다.
수학을 "외부자의 눈"으로 치열하게 파고든 사람이기 때문에,
수학에 익숙한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건너뛰는 "왜?"라는 질문을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습니다.
이 책이 다른 책들과 확실히 다른 점
많은 AI 수학 입문서들이 이렇게 씁니다.
"코사인 유사도 공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cos θ = A·B / (|A||B|). 이를 이용하면 추천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공식을 툭 던지고, 예시 한두 개 보여주고, 넘어가는 방식입니다.
이 책은 다릅니다.
공식이 도출되는 과정을, 논리의 비약 없이 한 발짝씩 따라갑니다.
"왜 이 상황에서 벡터를 쓰는가"
"왜 각도를 재는 방식이 유사도를 표현하는가"
"그게 왜 하필 코사인 값이어야 하는가"
이렇게 차근차근 밟아나갑니다.
이 책을 읽어보면,
어렵고 높은 수식을, 말 걸듯 부드러운 문체로 끝까지 씹어서 전달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문체는 부드럽지만, 내용은 절대 만만하지 않습니다.
사실 이해하기 힘듭니다... ㅠㅠ
챕터별 내용
1) 1~2장 (정보 검색 / 추천 알고리즘)
처음 두 챕터는 상대적으로 읽기 편합니다.
TF-IDF, 코사인 유사도 같은 개념들이 나오는데, 이 부분은 배경 지식이 어느 정도 있는 개발자라면 "아, 이런 수학적 근거가 있었구나"라는 확인의 느낌으로 읽힙니다.
특히 추천 시스템 챕터는 넷플릭스나 쇼핑몰의 "당신을 위한 추천" 기능이 결국 벡터 간 각도를 재는 문제라는 걸 아주 직관적으로 풀어냅니다.
행렬로 사용자의 취향을 표현하고, 유사한 사용자를 찾아내는 협업 필터링의 흐름이 꽤 명쾌하게 이해됩니다.
2) 3장 (이미지 분류 — CNN)
여기서부터 난이도가 올라갑니다.
합성곱(Convolution) 연산이 이미지에서 특징을 어떻게 추출하는지,
행렬 연산이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보여주는데,
미분과 역전파(Backpropagation)까지 건드립니다.
수식의 양도 꽤 늘어납니다.
이 책의 스타일 그대로,
계산 과정을 생략하지 않고 단계별로 전개해주기 때문에 천천히 읽으면 따라갈 수 있습니다.
다만 "한 번에 술술 읽히는" 파트는 아니고, 종이에 직접 써가면서 읽어야 제대로 소화됩니다.
3) 4장 (문장 생성 — Transformer)
이 책에서 가장 볼륨이 크고 가장 핵심적인 챕터입니다.
목차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단어 임베딩(Word Embedding), 위치 인코딩(Positional Encoding), Multi-Head Attention, 소프트맥스 함수, 행렬 전치, 정규화, 활성화 함수, Masked Multi-Head Attention, Cross-Attention까지... ChatGPT 같은 LLM이 어떻게 다음 단어를 예측하는지를 수학적으로 해부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걸 언급해야 할 것 같은데요.
이 챕터를 읽고 나면 "Transformer를 완전히 이해했다"는 느낌보다는 "이게 이렇게 복잡한 수학 위에 서 있었구나" 라는 경이감이 먼저 옵니다.
4) 5장 (음성 분석 — 푸리에 변환)
음성이 어떻게 디지털 데이터가 되는지,
복잡한 소리 신호를 단순한 삼각함수들의 합으로 분해하는 푸리에 급수 전개를 차근차근 다룹니다.
마클로린 급수 전개를 통해 **오일러 공식**을 유도하고,
복소수가 왜 등장하는지를 설명하는 과정은 수학적으로 꽤 충실합니다.
책 말미의 부록에는 "푸리에 변환의 도출" 과정이 별도로 수록될 정도로 이 주제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임베디드 시스템이나 신호 처리 관련 개발을 해온 분들이라면 "그래서 FFT가 왜 이렇게 작동하는 거지?"라는 질문에 이 챕터가 어느 정도 답을 줄 겁니다.
5) 6장 (GPS — 상대성 이론)
이 챕터가 이 책에서 가장 도전적이면서도, 읽고 나면 가장 놀라운 챕터입니다.
GPS 위성이 지상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면 시간이 미세하게 느려지고,
이 오차가 쌓이면 하루에 수 킬로미터의 위치 오차가 발생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보정 공식"이 어디서 나왔는지까지 파헤칩니다.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과 일반 상대성 이론의 수학적 핵심을 건드립니다.
삼각측량의 원리, 시간 팽창 공식, 중력에 의한 시간 지연까지...
솔직히 이 챕터는 한 번 읽어서 다 소화하기는 어렵습니다.
책 자체도 "부록 1 - 상대성 이론의 수학적 보충"을 별도로 달아놨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이 챕터가 이 책의 철학을 가장 잘 보여줍니다.
내비게이션 앱이라는 익숙한 도구 하나가 아인슈타인의 물리학과 직접 연결된다는 사실, 그리고 그게 수학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
읽고 나면 세상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관점에서의 활용 가치
소프트웨어 개발자 입장에서 이 책은 몇 가지 실질적인 가치를 지닙니다.
첫째, AI 기능 통합 시 원리 이해가 가능합니다.
응용 소프트웨어에 AI 추론 기능을 통합할 때, 모델이 내부적으로 어떤 연산을 수행하는지 수학적으로 이해하면 최적화 및 디버깅에 큰 도움이 됩니다.
둘째, GPS/위치 기반 시스템 개발자라면 상대성 이론이 실제 GPS 오차 보정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이 책을 통해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셋째, 음성 처리 및 신호 처리 관련 개발을 한다면 푸리에 변환의 수학적 배경과 AI에서의 활용 방식을 연결하여 이해할 수 있습니다.
넷째, AI 기반 서비스나 추천 알고리즘을 시스템에 연동하는 경우, 코사인 유사도와 벡터 연산의 원리를 알면 설계 단계에서의 의사결정이 보다 명확해집니다.
한계도 있습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이 책이 모든 독자에게 맞는 건 아닙니다.
고등학교 수학 수준의 기초는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미분의 개념, 삼각함수, 벡터의 기초 정도는 알고 있어야 3장부터 잘 따라갈 수 있습니다.
어떤 독자는 "이론물리학 전공자인 나도 기초 수학을 충분히 다지고 왔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이 책은 "가볍게 읽히는" 교양서가 아닙니다.
출퇴근길에 슬슬 읽는 용도보다는, 책상에 앉아 연필 들고 직접 수식을 따라 써가며 읽어야 진짜 가치가 나오는 책입니다.
어떤 독자는 "이 책의 목적이 모르는 것을 더 많이 만들어주는 것 같다"고 표현했는데, 실제로 그 느낌이 있습니다.
다 읽고 나면 더 공부하고 싶어지는, 그런 책입니다.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AI나 머신러닝 관련 개발을 하는데 "라이브러리 사용법"은 알지만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가 항상 궁금했던 분들.
GPS나 음성 처리 등 하드웨어와 맞닿은 영역을 다루면서 수학적 배경이 궁금했던 분들.
그리고 AI를 블랙박스가 아니라 "이해하는 도구" 로 받아들이고 싶은 모든 개발자 분들께 꽤 가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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