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이후 9년 만에... 신진서, AI 바둑엔진 '카타고'를 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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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게 1승 4패로 무너졌던 그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그날 이후 인간은 바둑에서 AI를 단 한 번도 공식적으로 이기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2026년 7월 21일, 세계 랭킹 1위 신진서 9단이 그 오랜 벽을 깼습니다.

세계 최강 바둑 AI 엔진 '카타고(KataGo)'를 상대로 3번기 시리즈에서 최종 승리를 거둔 것입니다.

 

 

3번기 시리즈, 어떻게 진행됐나?

 

이번 대국은 한국경제신문 본사에서 열린 3번기 시리즈였습니다.

 

- 1국(7월 17일) : 신진서 9단, 카타고에게 완패

- 2국(7월 19일) : 신진서 9단, 4.5집 차로 승리하며 균형을 맞춤

- 3국(7월 21일) : 흑을 잡은 신진서 9단이 무려 221수 만에 11.5집 차 승리!

 

3시간 5분에 걸친 최종국에서 신진서 9단은 2점 접바둑이라는, 인간이 AI를 상대로 도전할 수 있는 사실상 최대 핸디캡 조건 속에서 공식 시리즈 최초의 승리를 만들어냈습니다.

 

 

80수째, 승부를 가른 결정적 한 수

 

3국의 흐름이 흥미로운데요.

 

초반부터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던 앞선 대국들과 달리, 3국은 집 계산 위주의 실리 바둑으로 흘러갔습니다.

신진서 9단은 무리한 반격보다 수비와 실리 확보에 집중하며 18.5집이라는 초반 우위를 지켜냈습니다.

 

그리고 80수째, 신진서 9단은 상변에서 중앙으로 이어지는 대규모 세력을 구축하며 절묘한 공격을 감행했습니다.

이 세력을 그대로 실리로 전환하는 데 성공하면서, 중반 이후부터 종국까지 승률 99%를 유지했다고 합니다.

 

신진서 9단은 대국 후 이렇게 소감을 전했습니다.

 

"카타고는 제가 반대쪽 소목으로 두면 그에 맞춰 두는 경향이 있다는 걸 알아챘습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이기고 싶지는 않았어요. 한 칸 차이도 클 수 있다고 판단해서 카타고와 반대편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초반 포석이 만족스러웠습니다."

 

 

AI를 흉내 내지 않고 내 스타일대로

 

이번 승리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신진서 9단의 접근 방식 변화였습니다.

 

"초반에는 그냥 AI의 수를 따라 두다 보니 난전이 벌어졌고, 쉽게 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번 시리즈를 통해 AI를 흉내 내기보다는 제 스타일대로 판을 짜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걸 배웠습니다."

 

이 말은 단순한 대국 소감을 넘어, AI 시대에 인간이 경쟁력을 찾는 방법에 대한 하나의 시사점처럼 들립니다.

 

 

2016년 알파고, 2017년 커제... 그리고 2026년

 

돌아보면 인간과 AI의 바둑 대결 역사는 씁쓸했습니다.

 

- 2016년,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4승 1패로 제압

- 2017년, 업그레이드된 알파고 마스터가 당시 세계 1위 커제를 3-0으로 완파 (가장 근소했던 대국도 0.5집 차 패배)

 

당시 커제는 마지막 대국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AI와 인간 사이의 격차는 압도적이었죠.

 

신진서 9단은 이번 승리를 두고 겸손하게 말했습니다.

 

"제 승리는 이세돌 9단이 거둔 단 한 번의 승리에 비하면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승리는 '단발성 이변'이 아니라, 핸디캡 조건 속에서도 근소한 우위를 끝까지 지켜낸 '설계된 승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다릅니다.

 

 

상금은 2억 5천만 원, 그리고 제네시스 G90

 

신진서 9단은 이번 대회로 상금 및 대국료 명목으로 2억 5천만 원(약 17만 달러)을 받았고, 우수 대국 포상으로 현대자동차의 럭셔리 세단 제네시스 G90도 함께 받았습니다.

 

향후 계획도 밝혔는데요.

 

"앞으로는 AI를 상대로 더 불리한 조건에서 시작하는 등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습니다."

 

 

승패보다 중요한 건 적응하는 과정

 

이번 대회를 공동 주최한 트루복신사고의 홍범준 대표는 이번 승리를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이번 대국의 의미는 인간과 AI의 승패 자체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인간이 접근 방식을 계속 조정해나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1국에서는 방법에 문제가 있었을 뿐 목표 자체가 틀린 건 아니었습니다. 신진서 9단은 2, 3국에서 수비적이고 절제된 스타일로 전략을 바꿨고, 결국 승리했습니다. 그것이 이번 시리즈의 진짜 교훈입니다."

 

홍 대표는 내년에도 같은 대회를 다시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인간과 AI의 대결 조건을 더욱 균형 있게 만들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마무리하며...

 

2016년 알파고가 인간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겼다면, 2026년 신진서 9단의 승리는 그 상처를 조금이나마 회복시켜준 사건이 아닐까 싶습니다.

 

AI를 무작정 따라 하는 대신 자신만의 스타일을 지켜낸 것, 그리고 압도적인 상대 앞에서도 인내심을 잃지 않은 것. 이 두 가지가 결국 승리의 열쇠가 되었네요.

 

앞으로 더 불리한 조건에서 AI에 도전하고 싶다는 신진서 9단의 다음 행보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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